긴 연휴를 보내면서 반려동물들도 ‘명절증후군'에 시달릴 수 있다. 낯선 손님들이 집을 방문하고, 장거리 차량 이동을 하고, 혹은 낯선 공간이나 사람에게 맡겨져 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반려동물에게 공포와 혼란이 될 수도 있는 명절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는 방법은 없을까. 상황별로 적합한 대처법을 알아봤다.
사회성이 뛰어난 반려견이라면
프리랜서 작가 김현주(가명·35)씨는 마감이 임박하면 만 1살이 안 된 반려견 봉순이를 돌보기가 어려워 작업실 인근에 있는 반려동물 유치원을 자주 찾는다. 다가오는 추석에도 이곳을 이용할 예정이다.
지난 25일 봉순이가 찾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반려동물 유치원에 함께 방문했다. 반려견 10여마리가 머물고 있었다. 훈련사 김광일씨는 이들 반려견 고객을 ‘원생’이라고 불렀다. ‘등원’한 반려견들의 일과는 사람 아이의 유치원과 비슷하다. 훈련사들은 개들이 등원하자마자 간단하게 귀, 발바닥, 피부 등 건강 상태 확인을 한다. 집에서 싸온 사료로 점심을 먹고, 옥상에 올라가 30분 정도 공놀이 등을 하고 내려온다. 교육 시간에는 클리커나 장난감을 이용해 사람과 교감하는 훈련을 한다. 몇몇 반려견은 인근 공원에 산책을 나가고, 몇몇은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다 같이 낮잠을 잔다. 저녁 식사와 놀이를 하고 숙박이 필요한 경우, 대형견은 울타리가 있는 견사에서 중소형견은 각자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잠자리에 든다.
김광일 훈련사는 추석 연휴에 반려견 유치원이나 호텔을 이용하고 싶다면 미리 동물을 맡길 공간을 찾아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추천했다. 다른 개들과 함께 생활하는 반려견 유치원이나 병원 호텔을 이용할 경우에는 예방접종 확인서가 없으면 이용이 불가하므로 미리 구비해야 한다. 대형견과 중소형견이 분리되어 있는지, 훈련사가 밤새 1명 이상 상주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려인과 떨어지지 못하는 분리불안증을 앓는다면
직장인 박영은(42)씨는 올 추석 서울에서 부산까지 장거리 차량 이동을 계획하고 있다. 반려견 코코는 성질이 급하고 분리불안증을 앓고 있어 반려인이 떨어져 있으면 안정을 찾지 못한다. 평소 휴가에는 친척 등 평소 반려견과 안면이 있는 지인의 집에 부탁했다. 입양 뒤 첫 휴가 때 코코가 맡겨진 병원에서 밤새도록 운 탓이다. 이번 추석은 연휴가 긴 탓에 평소 다니던 동물병원에서 조언을 얻어 직접 데리고 이동하기로 했다.
차량 이동이 익숙하지 않은 개들은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멀미를 할 가능성이 높다. 후각이 예민하고 사람에 비해 덩치가 작은 개들은 차량의 기름·배기가스 냄새와 진동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차를 탄 개가 계속 코를 핥고 숨을 헥헥거리고 몰아쉬면 멀미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심할 경우 구토를 하기도 한다. 병원에서 멀미약을 처방받을 수도 있지만, 이동 전 적어도 2~3시간 이내에는 먹을 것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차량용 어깨끈을 구비해 위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한다.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평소 쓰던 방석 등을 아래에 깔아주는 것도 추천한다. 1~2시간마다 정차해 가급적 맑은 공기를 쐬게 해주고 용변을 보게 해주는 것도 좋다.
집을 떠나기 어려운 반려묘라면
대학원생 한민혁(가명·27)씨는 반려묘 모모를 집에 두고 고향에 다녀오기로 했다. 고양이와 세번째 명절을 보내는 그는 지난 추석과 설에는 고양이를 데리고 고향집에 다녀왔다. 그런데 한번은 기차에서 너무 울어대 좌불안석의 시간을 보내고, 또 한번은 낯선 고향집에서 모모가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물도 밥도 먹지 않고 침대 아래 숨어 지내는 바람에 이번엔 함께 이동하기를 포기했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들은 낯선 공간에 대한 경계심이 커서 2~3일 정도라면 반려인과 함께 이동하기보단 집에서 지내는 것이 더 안정적이다.
한씨는 고양이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방문 탁묘를 해줄 사람을 구하는 중이다. 방문 탁묘는 경우에 따라 한번 방문에 5천~1만원 정도 약간의 수고비를 부담하기도 하지만 반려인들끼리의 품앗이에 가깝다. 방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펫시터 업체는 명절 1시간 서비스 비용으로 3만~4만원을 책정하고 있다. 방문 탁묘를 맡길 때에는 고양이의 성별, 나이, 습성 등을 미리 알려주고, 사료와 화장실 모래를 미리 구비해두어야 한다. 낯선 사람이 들어왔을 때 고양이가 놀라 문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평소 사용하던 물품이나 잠자는 방석 등은 집 안쪽으로 옮겨 두는 것이 좋다.